[AI시대, 원자력발전과 데이터센터의 공존] (권효재, ㈜한양)

최근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형 IT 기업들이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공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소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을 체결하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맞물린 결과다. AI 데이터 센터들은 전력 소비처로서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이유로 원자력 발전과의 협력을 모색하는지 살펴보자.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200TWh로, 미국 전체 수요의 4% 수준이다. 2026년에는 260TWh로 증가하여 전체 수요의 6%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중국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덴마크, 아일랜드 같은 국가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이 2026년에는 15~30%까지 증가할 것으로 IEA는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증가의 핵심 동인은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이다. OpenAI에 따르면 GPT-4 모델의 학습에는 약 2,000개의 NVIDIA A100 GPU가 수개월간 필요했으며, 이는 매일 약 75MWh의 전력을 소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이는 단순 학습 단계의 소비량이며, 실제 서비스 운영 시에는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Meta의 발표에 따르면, 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추론(Inference) 단계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비량은 학습 단계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는 수많은 사용자의 실시간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언어모델이 24시간 가동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xAI는 NVIDIA의 A100보다 고성능인 H100 GPU를 10만개를 모아 올해 10월에 미국 멤피스에 콜로서스라는 이름의 AI 데이터 센터를 준공했다. 콜로서스는 70MW 수준의 전력 부하 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xAI는 2025년 중순까지 2배 규모로 확장할 예정이다. 10만개의 GPU를 한 장소에 모은 것은 사상 최초로 기존에는 메타가 2만4576개 GPU를 연결한 클러스터가 최대였다.

OpenAI는 Microsoft와 함께 1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수십만개의 GPU를 설치한 500MW 이상의 전력 공급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렇듯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부하와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특수한 전력 소비 패턴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용 데이터센터가 일일 변동이 있는 소비 패턴을 보였다면, AI 연산에 특화된 데이터센터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인다. NVIDIA의 분석에 따르면, AI 워크로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1. 높은 부하율: 일반 클라우드 서버의 CPU 사용률이 평균 30-40%인데 반해, AI 서버의 GPU 사용률은 85-95%에 달한다.
  • 2. 일정한 소비 패턴: 24시간 연중무휴로 고부하 운전이 필요하며, 부하 변동이 거의 없다.
  • 3. 높은 전력밀도: 일반 서버랙이 5-10kW/랙의 전력을 소비한다면, AI 서버랙은 30-50kW/랙의 고밀도 전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은 원자력발전의 운영 패턴과 높은 시너지를 보인다. 원자력발전소가 제공하는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력 공급 능력은 AI 데이터센터의 요구사항과 잘 부합한다. 또한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용 데이터센터로는 경제성 있는 AI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고성능 AI 모델을 더 빨리 개발하고 서비스하려면, 더 많은 수의 고성능 GPU를 직접한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AI GPU의 높은 전력 사용량과 발열량으로 인해 수냉식 냉각 장치를 적용해야 하며, AI 서버랙도 기존 대비 5배 높은 전력 공급 능력을 필요로 하므로 AI에 특화된 AI 데이터센터는 이 분야의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의 경제성 도전: 천연가스 발전과의 경쟁
미국 원자력발전소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천연가스 발전과의 비용 경쟁이다. 라자드(Lazard)의 2023년 균등화발전비용(LCOE) 분석에 따르면:

  • • 기존 원자력발전: 29-44달러/MWh
  • • 신규 원자력발전: 131-204달러/MWh
  • • 기존 천연가스 복합발전: 27-38달러/MWh
  • • 신규 천연가스 복합발전: 45-74달러/MWh

특히 셰일가스 혁명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러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008년 MMBtu당 13달러였던 천연가스 가격은 2020년 2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 9달러 수준까지 반등했으나 이후 다시 급락하여 2024년 11월 기준 2달러 초반 수준으로 돌아왔다. 화석연료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로 인해 향후 수년간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3달러 이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원가가 저렴한 기존 원전들도 천연가스 발전소와의 경쟁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쟁은 구체적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19년 매사추세츠 주의 Pilgrim 원전은 연간 운영비용이 MWh당 55.56달러였으나, 같은 지역 천연가스 발전소들의 평균 운영비용은 MWh당 32.12달러였다. 결국 Pilgrim 원전은 2019년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다른 원전들 역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아 2019년 이후 전력 유틸리티 기업에서 분사하거나,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왔다. 또한 미국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LCOE의 지속적인 하락, IRA 법안의 시행, RE100 가입 기업과 재생에너지 PPA의 확산 등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특히 재생에너지 PPA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들이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 기업들이었는데, 왜 이들은 2023년을 기점으로 원자력 발전소와의 PPA를 모색하게 되었을까?

미국 재생에너지 가상 PPA의 한계
PPA란 발전소와 소비자가 체결하는 전력 구매계약이다. 하지만, 발전소의 출력 패턴과 소비자의 사용 프로파일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한, 전력망을 통한 보완전력의 공급과 초과전력의 처리 방안이 필요하다. 게다가 날씨에 따라 출력 변동이 발생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물리적으로 발전소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소비자의 전력 수요 대부분을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의 재생에너지 PPA는 대부분 상업적 계약의 개념이며 소위 가상 PPA이다.

가상 PPA란 발전소는 발전소가 연계된 A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되, PPA로 계약된 소비자는 B 전력망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텍사스 중부에 위치한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텍사스 전력망에 연계되어 있고, ERCOT 전력 시장에 전기를 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40MW 규모 AI 데이터센터는 버지니아 주의 전력망에서 전기를 받고, PJM 전력 시장에서 전기를 산다. 이 둘은 PPA를 계약을 체결했지만, 둘 사이에 직접적인 전력 공급은 없다. 다만, 매월 복잡한 금융 계약을 통해 서로의 비용을 확인하고 PPA에서 정한 기준 금액 대비 차액을 정산한다. 태양광 발전소는 고정된 매출을 올려서 좋고, 데이터 센터는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확보해서 RE100 기업임을 홍보할 수 있어 좋다. 또한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라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데이터 센터가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했다면 세금도 줄일 수 있다.

가상 PPA는 발전소와 소비자의 전력망이 감당할 수준 이내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미국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급증하면서 발전소와 연계된 전력망의 밸런싱 비용이 증가하고,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전력망의 탄소 배출량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데이터센터들은 천연가스 발전소 전기를 실제로 사용하면서 마치 재생에너지 전기를 쓰는 것처럼 포장한다는 점과 함께 전력망 전체의 총 비용 증가, 탄소배출량 증가, 가격 불안정성을 유발시키는 점이 재생에너지 가상 PPA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또한 발전소와 연계된 전력망 사업자, AI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전력망 사업자 모두 가상 PPA의 급속한 증가로 전력망의 부담이 증가하고 새로운 비용이 발생함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어 전력망 연계 비용을 대폭 올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비용과 AI 데이터 센터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전력을 공급하는 비용, 전력망 건설 비용 등이다. 만약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원 인근에 대규모 ESS를 설치하고 AI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다면 높아진 전력망 연계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방식은 아직까지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4~6시간 용량의 ESS를 설치하는 경우, 미국 재생에너지의 발전 원가는 85~100 달러/MWh 수준으로 천연가스 발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원자력발전-데이터센터 PPA의 장점과 사례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9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의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2019년 가동 중지된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 1호기를 2028년까지 재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향후 16억 달러 규모의 개보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가격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65~75 달러/MWh 규모로 추정된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24년 3월, 탈렌 에너지와의 PPA를 체결했다. 펜실베니아 주 서스퀘하나 원자력 발전소와 480MW 규모로 시작해서 최대 960MW까지 계약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방식이다. 특이한 것은 AI 데이터센터를 발전소 인근에 건설하고 발전소와 AI 데이터센터 간 직접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려는 점이다.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실현된다면 송배전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해 전력 구매 총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AWS가 과거 건설된 대형 원전과 PPA를 체결한 것과 달리 향후 건설될 SMR과 PPA를 체결했다. 구글을 2024년 10월 Kairos Power와 최대 500MW의 용량의 복수의 SMR을 건설하기로 계약했으며, 첫번째 SMR을 2030년까지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airos Power는 4세대 용융염 원전을 개발하고 있으며, 구글은 이들과의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가상 PPA의 한계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의 시간대별 전력 사용과 무탄소 전력의 생산을 직접적으로 대응시키는 전략 (“24/7 CFE”)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IT 기업들의 원자력 PPA는 안정적이고 탄소중립적인 전력 공급원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ESG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과거 재생에너지 가상 PPA를 선도했던 이들 대형 IT 기업들의 움직임은 향후 AI 데이터센터 운영과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망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첫째, 전력망 안정성 문제다. PJM(미국 최대 전력시장운영자)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일부 지역의 송전망이 한계에 도달했다. 버지니아 북부의 경우, 2025년까지 약 150억 달러의 송전망 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일반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상승 우려다. Edison Electric Institute의 분석에 따르면, 원전이 데이터센터와 PPA를 체결할 경우, 해당 지역의 일반 소비자 전기요금이 3-7%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원전의 저렴한 기저부하 전력이 시장에서 감소하기 때문이다. 원전이 AI 데이터센터와 PPA를 체결한 결과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이 상승한다면, PPA를 불허하거나 추가적인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당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각 주는 서로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 일리노이 주는 2023년 관련 법안을 개정해 원전-데이터센터 간 직접 PPA를 허용했지만, 전체 발전량의 30%로 한도를 설정했다. 반면 조지아 주는 아직 관련 규제를 검토 중이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도 관련 지침을 검토 중이다. 주요 논점은 △송전망 접근성 보장 △비용 분담 원칙 △백업 전력 공급 의무 등이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McKinsey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계속 증가해서 현재의 1.5배 이상인 320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4GW 규모 대형 원자력발전소 약 30기의 연간 발전량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AI 관련 수요가 전체 증가분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전-데이터센터 PPA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Morgan Stanley는 향후 미국 내 원전 발전량의 15-20%가 데이터센터로 직접 공급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력망 안정성 확보 △일반 소비자 보호 △공정한 비용 분담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송전망 보강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원전의 백업 전력 공급 의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SMR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AI 데이터센터는 GPU 가동을 위한 전력 공급과 함께 GPU 냉각을 냉각수 공급도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SMR을 건설하고 SMR에 나오는 온배수를 폐열회수 흡수냉동기에 투입하여 냉각수를 생산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빌게이츠가 투자한 테라파워(TerraPower)는 이러한 개념의 AI 데이터센터 전용 SMR 개발을 개발 중이며, 2028년 첫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SMR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과 냉각수 공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발전과 데이터센터의 협력은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원전 PPA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기존 원전과의 PPA는 규모와 기간에서 한정적이며 기존 사용자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SMR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할 것이다. 향후 SMR 상용화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달성 여부가 원전 PPA 확산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