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개구리는 불어난 물에 쓸려가지 않으려고 늘어져 있는 버들가지를 붙잡으려고 온 힘을 다해 여러 번 점프했지만 가지가 높아서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강한 바람이 불어 버들가지가 개구리가 있는 쪽으로 휘어졌고 ​개구리는 마침내 그 가지를 붙잡고 냇가를 벗어났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미치카제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개구리도 목숨을 다해 노력한 끝에 우연을 기회로 만들었는데 자기는 이 개구리만큼도 노력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원자력 종사자라면 개구리 이야기를 왜 끌어왔는지 금방 이해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의 상황은 개구리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유리합니다. 개구리는 우연에 기대어 기회를 만들었지만 우리는 합리적 근거로 탈원전 폐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두 가지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무탄소 에너지가 필요하고 여기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는 원자력입니다. 물론 재생에너지도 무탄소 에너지이지만 간헐성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탄소배출을 막을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원전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국제적으로도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자료들이 넘치고 있습니다. IPCC, IEA, MIT, EU JRC 등에서 발간된 보고서에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는 2050년 태양광 설비가 464GW라고 합니다. 평균부하 137GW와 비교하면 300GW의 변동으로 인한 전력계통 교란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더구나 투자비는 어찌할지 방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원전을 폐기하면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한 것은 허구입니다.

둘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전 기술 능력입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원전 설계기술과 제조건설 능력 및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4차산업혁명으로, 후진국은 경제개발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도 2050년 전력 소요량을 2018년 대비 2.3배 이상으로 예측했습니다. 다른 나라도 유사한 상황입니다. 국제무대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면서 해외로의 진출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4년 동안 많은 원자력인이 국민과 함께 탈원전 폐기를 위해 뼈를 깎는 투쟁을 해왔습니다. 아직 탈원전이 폐기된다는 확실한 징조는 없습니다. 그러나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진리를 붙잡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합니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에너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탈원전이라는 바위는 뚫리고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다시는 에너지정책이 이념에 의하여 좌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양희은의 ‘상록수’처럼 에너지 누리가 푸르러지기를 소망해봅니다.

저 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칠은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박상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