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전 시장 선점, 우리의 전략은?
지난 7월, 한미관세협정이 타결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원전산업을 전략산업에 포함시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전용,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원전·반도체·이차전지 등 전략산업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더불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050년까지 자국 원전 발전용량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고 약 300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만큼, 이번 대미 투자펀드는 국내 원전기업의
미국 진출에 중요한 전환점이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미관세협정 이후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고, 최근에는 미국 테네시밸리전력청(TVA, Tennessee Valley Authority)이 뉴스케일과 총 6GW(72모듈) 규모의 SMR 건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이 활발히 변화하고 있어 국내 원전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그 어느때 보다 기대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미국은 원전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갖춘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양국간 협력방안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국은 40여 년 만에
추진한 조지아주 보글(Vogtle) 원전 3·4호기(AP1000) 건설에서 공급망 부실로 수차례 공사가 지연되고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원전 건설은 공급망이 부실해져 적기에 추진되지 않으면 수년 단위의 공사 지연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반면, 체계적인 공급망을 보유하면 원자재 가격 변동, 운송비 상승,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여
프로젝트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을 적기에 준공하고, 체코 신규 원전을 수주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바로 이러한 안정적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의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공급망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힘은 한수원을 비롯한 공기업과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에 있습니다. 현재 한국원자력산업협회는 2025년 9월 기준
519개 회원사와 회원사를 구성하는 약 18만 명의 종사자가 함께 활동하며, 국내 원전산업을 공고히 함은 물론 원전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과
품질을 지켜온 이들의 헌신 덕분에 우리 원자력산업은 세계 6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합니다. 먼저 해외 원전사업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이므로 우리나라의 강점인 원전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원전산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확보와 양성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치열한 세계의 경쟁 환경 속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정권과 이념을 넘어 과학적이고 실용적이며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한 ‘소형원자로 상용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정부조직개편안이 국내 원전산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으로 마련되어 원전산업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 및 국가 에너지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이러한 과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한국과 미국이 경쟁이 아닌 동반 진출 전략으로 글로벌 원전시장을 선점한다면 우리의 무대는 세계가 될 것입니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 및 경제성장의 주역, 원자력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 이후 현재 26기의 원전을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운영하며, UAE·체코 등 해외 원전 수출을 통해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26기의 원전이 안정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또한 26기의 원전이 국내 전력 생산량의 32%를 담당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24년 기준으로 83.8%로 점진적인 상승추세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원전이야말로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원자력은 국가경제를 견인하고 국민 생활의 편익을 높이는 굳건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원자력산업협회는 정부·산업·학계·연구계를 잇는 가교로서 원전산업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원자력생태계 지원사업, 금융지원사업, 초격차 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원자력 발전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다만 원전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정책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계속운전 추진과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법·제도 정비, 전문 기술인력 양성 지원, AI·로봇 등 첨단 기술 접목을 위한 R&D 확대와 기술자문단 운영 등 체계적 정책 지원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대전환 및 AI 시대, 원자력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지고 있습니다.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원전 시장에 뛰어들어 이제는 원전을 수출하는 세계 6위의 원전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 앞으로도 원자력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력원으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한국원자력산업협회는 원자력 산업계, 학계, 연구계와 함께 원전산업 발전을 위한 중심점(Hub)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