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원자력학회 회원 여러분!

제가 한국수력원자력에 부임한지 어느덧 6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에는 좋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집트 엘다바 사업은 UAE 이후 13년만의 해외원전 수주였습니다. 신한울 1호기를 차질 없이 준공하였고, 신한울 3,4호기도 건설사업을 재개해 원전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자력의 미래 기반을 든든히 했습니다.

특히, 얼마 전에는 대통령께서 우리나라 경제사절단과 함께 UAE를 방문하여 원전 종사자들을 치하하셨습니다. UAE 대통령도 300억 달러 한국 투자 유치의 배경에 신뢰가 있었음을 말씀하셨고, 그 믿음을 준 게 바라카 원전 사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원자력계 모두가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시장도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장은 기후변화 대응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로 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하고 불안정해지면서 탄소중립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와 자립이 필수인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지난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되었습니다. 그 계획에서는 향후 전력수요가 매년 0.6% 상승한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수도권 집중화로 이슈가 되었던 데이터센터는 향후에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기로 공급하고 소비하는 전력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가스렌지 대신 인덕션이 주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전력화 속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2022년 원자력이 전체 발전량에 차지하는 비중은 30.3%이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10.0%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전력시장 가격안정에 기여하고 있으며,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여 전 국민에게 혜택을 드린다는 뜻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더 빛을 발하는 에너지원이 바로 원자력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원자력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재조명을 받는 이 시기에 우리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면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안전 저는 취임 일성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고, 안전경영 조직을 사장 직할로 편제하였습니다. 안전은 신뢰의 문제이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원자력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이용률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해야 할 일은 원전 이용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최근 이용률은 8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인데 이를 90%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5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영 중임을 고려할 때 이용률을 10% 올리게 되면 원자력발전소를 2개 짓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계속운전 연기한 만료가 도래하는 원전 10기의 계속운전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전 세계 437기 중 228기가 계속운전을 승인받았고, 약 3분의 2 수준인 170기가 계속운전 중입니다. 계속운전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합리적인 계속운전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현행 제도는 유럽과 미국의 계속운전 제도를 모두 적용하여 과도한 면이 있고, 발전소별로 정지대기 기간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계속운전과 관련된 사항을 들여다보면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원전수출 원전 10기 수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체코와 폴란드 신규원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우선 과제입니다. 또한 네덜란드 등 잠재국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수주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원전 시장의 먹거리는 노형 수출 말고도 무궁무진합니다. 개발 중인 SMR을 조기 사업화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종합하여 스마트 넷제로 시티 사업에도 참여하겠습니다. 사업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국내 원전의 수주 경쟁력은 절대적으로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3일,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해 2036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비전으로 ‘탄소중립 청정에너지 리더’를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비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탄소 없는 청정에너지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사업개발 및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넷제로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미래 지향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 유엔 안에서도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CF100에 대한 합의로 24/7 무탄소에너지 협약(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가 출범하였고, 우리 정부 역시 CF100 추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에너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원자력학회 회원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원자력계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마음을 모으고, 험난한 장벽을 허물어 우리의 앞에 놓인 도전과제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원자력의 자랑스러운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데 원자력학회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황 주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