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여 전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의 이유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재조명되는 이 시점에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고성능 핵연료의 개발은 원자력에 대한 대국민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EU Taxonomy(2022.7 확정)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2022.12 확정)에서는 사고저항성핵연료(ATF, Accident Tolerant Fuel) 적용 등 원자력 활동 인정기준 실행을 전제로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에 포함하였습니다. 사고저항성핵연료는 기존 핵연료에 비해 원전의 비상노심냉각 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사고 대처 시간을 현저하게 개선시킬 수 있으며, 수소 발생량을 크게 억제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연료로 정의되고 있기에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 현황에 대해 원자력학회 회원 여러분과 공유하여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사고저항성핵연료 기술은 세계적으로 단기적 상용화가 가능한 핵연료 피복관 외면에 크롬을 코팅하는 기술과 이산화우라늄(UO2) 소결체에 미량의 첨가제를 주입하여 내구성을 향상하는 기술을 같이 적용하여 우선적으로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기존 핵연료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면서 원전의 안전성을 대폭 향상할 수 있는 세라믹기반 복합체(SiC Composite) 피복관 및 금속우라늄 기술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용 사고저항성핵연료인 크롬 코팅 피복관은 기존 지르코늄 피복관에 비해 원전의 정상/사고조건에서 부식/산화 저항성이 10배 이상 개선되며 첨가제 소결체는 탄력운전 시 핵연료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단기적용 사고저항성핵연료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연구계 및 학계와 협력하에 한전원자력연료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여 개발하고 있으며 중장기 적용을 위한 사고저항성핵연료는 학계 및 연구계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한전원자력연료 및 한국수력원자력은 단기적용 사고저항성핵연료 기술인 크롬 코팅 피복관 및 첨가제 소결체를 대상으로 2020년 시작품을 개발을 시작으로 2022년 상용 제조기술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사고저항성핵연료 시제품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안전성능 검증을 위한 연구로 연소시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APR1400 원전과 OPR1000 원전에 시범적으로 장전하여 수행되는 상용로 연소시험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29년까지 상용원전에서 연소시험 후, 조사후 시험을 통한 성능검증을 완료하고 설계기술을 확보하여 사고저항성핵연료에 대한 인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과 2031년 인허가 취득을 목표로 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자력 기반 에너지 생산(계속운전)의 인정기준인 2031년 이후 사고저항성핵연료 적용 일정과 2030년대 중반 체코/폴란드 등 해외 원전 수출 시 EU Taxonomy 인정기준에 만족될 수 있도록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 및 인허가를 적기에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조사후 시험 설비를 신속하게 개선하는 등의 현안 해결을 위하여 원자력학회 회원 여러분의 협력과 조언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특히 핵연료 피복관에 크롬을 코팅하는 기술은 4m 길이의 긴 핵연료 피복관에 크롬이 균일하게 코팅되어 노심에 장전되어 운전 중에도 코팅층의 박리가 발생하지 않음을 보장하여야 하며 상용 장전을 고려한 양산도 가능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인 기술로 우리나라는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의 후발주자로서 기술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프랑스 등 해외 핵연료 전문회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미국, 프랑스 등의 해외 핵연료 전문회사는 단기적용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을 완료하였고 안전성능 검증을 위한 연소시험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하여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고저항성핵연료의 우수한 안전성능을 활용하여 인허가 연소도를 상향하는 고연소도 적용과 고연소도 핵연료에 적합하도록 상용 경수로 원전의 우라늄 농축도 상한치를 5%~10% 수준으로 현행보다 상향시킨 LEU+ 핵연료 개발도 함께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사용후핵연료 발생 저감 및 원자력발전소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고연소도 적용 및 LEU+ 핵연료 개발을 산업계, 연구계 및 학계가 모두 협력하여 시급하게 추진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획기적인 안전성 향상으로 탄소중립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인정받기 위하여 필수적인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 및 인허가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습니다. 안전 성능 검증을 위한 연소시험 추진, 인허가 과정에서 당면할 많은 도전과제가 예상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원자력계의 많은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며, 특히 우리 원자력학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