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제36대 학회장 정범진입니다.

탈원전정책과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낸 원자력 가족에게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어려운 시기에 학회를 이끄신 제35대 백원필 학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 그리고 제27대 평의원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억눌림에서 벗어났지만 후유증은 상당히 큽니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 연구개발은 안전, 해체, 방사선, 방사성폐기물의 4개 부문에 국한되었습니다. 최근 SMR 개발이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5년간 연구개발의 공백을 맞았던 분야도 있습니다.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됨에 따라서 산업생태계의 붕괴도 심각합니다. 과연 우리가 여전히 원전건설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원전수출도 지지부진합니다. 원자력안전규제도 탈원전 기간을 전후하여 궤도를 벗어났습니다.

정부가 바뀌고 1년여가 지났으나 원전정책과 연구개발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도 않습니다. 남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의 정책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오롯이 우리 원자력계의 몫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기후변화대응이라는 전례없는 과제가 부여되었고 원자력은 이에 응해야 합니다. 우리 산업이 이를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SMR의 등장과 함께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은 인력과 지식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해결책을 내놓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지구촌의 문제를 나서서 도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불행은 지혜롭게 극복하면 도리어 약이 될 수 있습니다. 탈원전 기간을 거치면서 원자력의 중요성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다른 에너지원이 가지는 한계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공급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원자력의 도전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도약을 위해 우리가 변화할 때임을 말해주고 있으며 그 방향도 확실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간 지치고 다친 우리가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환자가 미음을 먹고 천천히 회복하듯이 추슬러 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외부에서 강제해서 될 일도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6,000여 회원이 함께할 일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우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만 왔습니다. 그러다가 탈원전이라는 엉뚱한 정책을 맞고서야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원자력 전체를 조망할 시간을 가지지 못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일한 것이 어떻게 모여서 원자력이라는 큰 시스템이 돌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자기 일이 아닌 주변의 일을 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탈원전 정책에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큰 도전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이 있습니다.

첫째, 성찰하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국가적 체계하에 결합되어 가치를 형성하는 알아야 합니다.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에서는 자기 일만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 우리의 원자력이 기승전결의 어디에 놓였는지 알아야 합니다.

둘째, 틀어진 것이 있다면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합니다. 왜곡된 것이 더 왜곡되고 굳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각자가 인식한 문제는 이제 무대 앞에서 논의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셋째,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 원자력의 꿈을 꾸어야 하고 우리가 맞고 있는 도전에 응해야 합니다.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이 우리의 꿈을 담아내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넷째, 소통해야 합니다. 국민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원자력계 내부의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잘해야 합니다. 과거 소통의 전문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실패했던 경험을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일에 우리 회원님들께서 앞장서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무거운 어깨와 두려운 마음으로 학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도전에 응하고 기쁘게 이 길을 가기 원합니다. 회원님들의 적극적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원자력학회 36대 학회장 정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