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첫째 탈원전 에너지정책은 비판을 넘어 이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제로를 기본방향으로 한 에너지믹스를 타 에너지 분야와 협력하여 고민하려 합니다. 환경, 경제, 산업 등 종합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신재생의 간헐성과 경제성을 원자력부하추종과 결합하고, 원자력 수소생산으로 원자력과 타 에너지가 서로 상생하면서 탄소제로를 가장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방법 등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핵단체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와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지금의 난관을 대척관계보다는 협력관계로 타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협업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해 봅시다.

두 번째로 국민눈높이에 맞는 원자력바로알리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야겠습니다.
결국 국민의 여론이 정책 수립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고맙게도 학회보다 오히려 다른 단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국민소통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회가 도우고 또 도움을 받으면서 왜곡된 정보를 바로 잡는데 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해야 할 사명입니다.

더구나 신한울34호기, 계속운전, 사용후핵연료 등 원자력현안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학회는 조직보다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열정으로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5천명이 넘는 회원이 사명감으로 함께 하면 골든타임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현실은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원자력계는 현 정부 출범후 탈원전정책 때문에 마음고생을 넘어 산업의 붕괴와 일자리까지 걱정하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온 국민이 우울증에 빠지고 올해는 역대급 긴 장마와 수해, 그리고 근자에는 태풍까지 잦아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없는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때면 저는 언제는 쉬운 때가 있었나 하고 반문해 봅니다. 늘 어려웠지만 항상 극복해 왔고 지나고 나면 무용담으로 남습니다. 이런 시기에 학회장에 취임한 것은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는 또 현재의 결과일거니 내일을 위해서는 오늘 최선을 다하자 그런 다짐을 합니다.

우리 학회는 에너지 분야와 방사선 기술 분야에서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하지만 학회장에 취임하는 지금 우리의 가장 당면과제이자 국가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탈원전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입니다.

중국의 모택동 시절 토법고로(土法高爐)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고철을 모아 강철을 만들자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목표량을 무리하게 설정했습니다.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멀쩡한 농기구뿐만 아니라 심지어 양철지붕까지 뜯었습니다. 이를 흙벽돌로 쌓은 조악한 용광로인 토법고로에 녹였지만 강철은 커녕 똥철 밖에 생산 못했다는 실책입니다. 누구든 기관장 임기 중에, 대통령 임기 중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가 흔히 만드는 유사한 실책입니다.

지금의 에너지정책이 토법고로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온실가스, 미세먼지, 경제성 등에서 최대의 강점을 가진 원자력을 포기하고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부작용에 눈을 감고 신재생을 확대하는 것이 너무나 닮았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가져올 결과는 쉽게 예측됩니다. 수많은 전문가의 객관적인 목소리, 갈급한 국민들의 호소, 거리에 나선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습니다. 참으로 고단한 3년이 지나가고 있고, 지금도 마지막 원자력의 생명을 위협하는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외부적으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사실 가장 두려운 것은 망각하고 길들여지는 것이 아닐까요? 하나로가 일 년 내내 정지해 있고, 원전이 사소한 기기결함에도 몇 달씩 가동을 못해도 이제는 익숙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부품은 수입에만 의존하고, 해외수주는 꿈도 못 꾸는 것도 당연하게 될 것이 아닐까? 원자력 연구비가 급감해도 그냥 주는 만큼 하라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리는 것은 아닐지? 적당히 눈치껏 순응하다가 때 늦은 후회는 안할지? 흡사 개구리를 냄비에 넣고 데우면 저항도 못하고 죽는 것과 같이 원자력 생명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면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설마 기우겠지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힘들면 누구나 그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지치지 않게 서로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격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염려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골든타임을 여러분과 함께 지켜내고 싶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만 힘을 보태면 우리의 에너지안보도 지키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에너지인 원자력도 살릴 수 있습니다. 미래의 아이들이 힘겨운 사회에서 살지 않기 위해 함께 공동의 소명을 가지고, 소중한 재능을 나누어 주시길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원자력학회 학회장 하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