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원과 더불어 초소형원전을 선택했다. 초소형원전은 SMR보다 더 작은 용량의 20MWe 미만의 원자로를 뜻한다. 초소형원전은 트럭으로 싣고 다닐 만큼 작아서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 지역에도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다.
빌게이츠도 소형원전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2008년에 신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은 대용량원전 건설의 4분의 1 가격으로 지을 수 있고, 인적실수를 막을 수 있도록 자동화된 원전이다. 안전하면서도 싼값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 탈탄소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도 소형원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 회사도 원자력연구원과 함께 한국형 소형원자로인 SMART로 소형원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SMART 원전은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SDA)를 획득했으며,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을 한층 높인 설계사항에 대한 변경 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SMART 원전은 사우디 현지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2024년에 사우디와 건설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SMART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도심에 인구가 몰려있는 사막지역 특유의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고 해수담수화를 통해 물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SMART는 앞으로 핵 추진 쇄빙선, 해상 원전 등의 신시장 발굴에도 적극 활용될 것이다.
SMART뿐 아니라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도 개발 중이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과 SMART와의 차이점은 계통을 보다 단순화하고 모듈화 개념을 강화했다는 점에 있다. 내장형 제어봉 제어계통 등 설계 혁신성을 강화하고 안전성도 더욱 높였다. 우리 회사는 SMART와 함께 혁신형 SMR을 앞세워 변화하는 세계 원자력 시장에 도전해 나갈 방침이다.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리는 핵융합 분야도 각광받는 분야다. 핵융합에너지는 바다에서 연료인 중수소 등을 무한 공급받을 수 있고 폭발 위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발생이 없다. 우리 회사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 개발 사업에 참여 중이다.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져서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비발전 분야로는 의료방사선 산업이 뜨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방사선 기술 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유망 방사선 수출 품목의 해외 수출 시장 선점을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 이후 방사선 의료기기 또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의료용 진단 방사선 장비는 코로나 19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저선량 방사선 치료를 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암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방사선 장비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의료방사선 분야는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해나갈 것이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과 방사선기술을 융합해 첨단소재 기술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인류의 에너지원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원자력도 다른 기술의 융합을 통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쌓아온 국내 원자력계는 새로운 원자력 무대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원자력 무대에서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선점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내 원자력계가 유연하고 창의적인 자세로 세계 원자력의 새로운 물결에 적극 부응해나가기를 기대한다.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 정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