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당시, 5명의 유력 후보에게서 원자력을 지지받지 못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해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 정지는 이후 이어졌던 원자력계 수난사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1, 2호기, 대진1, 2호기 신규 원전 백지화,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 중단,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기능과 역할 변경, 여러 유관 기관장들의 조기 퇴진들을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수모를 당하는가 하고 끊임없이 외쳐대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원자력계는 신정부 집권 1년 반 만에 에너지 모범생에서 문제아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우디 원전 수주 가능성 1등 후보, APR-1400의 NRC DC 획득, 원자력학회 학술지 NET의 인용지수 4위로의 도약 등 우수한 실적이 조용히 묻혀 버리고, 이유 없이 연구로 가동이 지체되고, 원전 가동 전 검사가 지체되고, 법적 근거 없이 신규 건설이 취소되는 갑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2018년 한 해는 거리 투쟁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을 시도하였고, 8월의 국민인식조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8월과 11월의 조사에서 동일하게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의 확대 및 유지에 찬성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범야권의 정치인들도 탈원전의 부당함을 원내ㆍ외에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원전해체산업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원자력산업을 조기에 해체하려 합니다. 참으로 다양한 핑계와 해괴한 논리로 원자력을 신재생의 적으로 몰아가고, 원자력의 미래를 지우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외로운 싸움이 아닙니다. 조용히 다가와 손을 잡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자신도 반대하고 있다고 위로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샤이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세상에 알리는 확성기 역할은 아직 우리 학회의 몫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여서 대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본 국민들의 선택을, 체코에서 있었던 일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태양광 사업 확대를 위한 서두름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원자력계가 국가에 기여해온 역할과 공로가 인정되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정치권의 바람몰이로 될지, 국민들의 인식 전환으로 될지,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으로 될지 알 수 없지만, 새해 어느 시점에 변화의 turning point가 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학회는 올해 지나간 50년을 돌아보는 기회를 얻습니다. 선배님들의 업적을 돌아보고 모두가 잃어 버렸던 자부심을 찾기 원합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 왔었는지 분명하게 보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50년을 희망을 갖고 다 같이 기획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돌이켜 보면 오랜 기간 원전 수출을 구호로 외치며 달려왔지만, 그렇게 갑자기 달성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우리 앞에 어떤 기적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전망이 어둡고, 원동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에게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열심히 달리다가 어느 샌가 비행기가 갑자기 이륙하듯이 우리 모두가 희망을 갖고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내닫다 보면 우리의 원자력이 반등하는 순간을 지켜보게 될 것 입니다. 먼 바다에서 작은 파도들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학회 임원진들의 작은 노력들이 큰 파도를 일으키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새해에는 가정과 일터에서 큰 복 받으시고, 맡으신 일의 성과와 성공을 거두시기를 기원합니다.